조깅 알람을 맞춰 두고도 아침에 누워 있었던 날이 있다. 저녁에는 Notion을 정리하고 블로그를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영상을 보다 끝났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계획의 크기보다 내 성격부터 의심하게 된다. 나는 원래 실행력이 부족한 사람인가 싶어진다.
성공한 사람들의 일상과 태도를 소개하는 영상을 볼 때도 그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의 체력과 몰입을 들으며 내 하루와 비교했다. 나는 그 인물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영상에서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마치 그들의 곁에서 배운 것처럼 제목을 쓰면 내 경험의 범위를 넘는다.
지금 남기고 싶은 주제는 그 영상에 나온 인물의 성공 원인이 아니다. 자기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적는지다.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유명인의 발언이나 극단적인 수면 일정을 교훈으로 소개하기보다, 내가 세운 약속과 실제 행동 사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차이를 보려 한다.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말에 시간을 붙이기
나는 AI 도구를 조합해 무언가 만들 때 흥미를 느낀다. 관심이 적은 일을 할 때와 집중하는 느낌도 다르다. 그렇다고 원하는 마음이 강하면 피곤함을 이겨 낼 수 있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겠다. 해야 하는 일과 쉴 시간, 가족과의 약속은 의욕의 크기와 별도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퇴근 후 두 시간 동안 글을 쓰겠다는 계획에는 그 두 시간을 실제로 쓸 수 있다는 가정이 들어 있다. 이동과 식사, 집안일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실제로 한 시간이 없다면 의지가 부족했다는 문장을 먼저 적기보다 예정했던 시간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앞으로 내 계획에는 작업 이름 옆에 사용할 시간과 시작 조건을 붙여 보고 싶다.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는 작업은 오늘 끝낼 목록과 분리한다. 반대로 20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작업을 큰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묶어 두고 시작하지 않는 일도 살펴볼 수 있다.
계획을 적을 때부터 사실과 기대를 나누면 뒤의 회고가 달라진다. 오늘 두 시간이 있다고 확인한 것인지, 두 시간이 생기기를 바란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바람을 일정처럼 기록해 놓고 결과만 보고 나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정직한 자기 평가는 산출물을 설명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싶다. 다만 나는 프론트엔드를 못한다거나 AI를 잘 쓴다는 문장만으로는 다음 일을 선택하기 어렵다. 어느 작업을 혼자 해냈고, 어디서 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가령 AI가 만든 화면을 공개했다면 요구사항을 누가 정했는지, 오류를 어떻게 찾았는지, 수정 이유를 내가 설명할 수 있는지를 나누어 볼 수 있다. 결과물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 결과물의 모든 부분을 내가 이해한다는 뜻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이 차이를 적는 것은 내 기여를 없애기 위한 일이 아니다. 다음에 맡을 수 있는 범위를 알고, 도움을 요청할 부분을 찾기 위한 것이다. 같은 종류의 화면을 다시 만들 수 있는지와 첫 결과물이 우연히 동작했는지도 구분하고 싶다.
| 자기 평가 | 더 확인하기 쉬운 기록 |
|---|---|
| 자동화를 잘한다 | 입력·출력과 실패 조건을 설명할 수 있는 작업 이름 |
| 개발을 못한다 | 이해하지 못한 코드 구간과 혼자 확인한 구간 |
| 이번 작업은 성공했다 | 통과한 확인 항목, 남은 오류, 다른 사람이 도운 범위 |
|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 예상 시간, 실제 시간, 예상에 없던 작업 |
능력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자료를 모으는 방식이다. 오늘 도움받은 일이 다음에도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한 번 성공했다는 이유로 고객의 중요한 작업을 검증 없이 맡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모른다는 말을 다음 확인으로 연결하기
코드 리뷰 중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했다면 모른다고 적는 것만으로 작업이 끝나지는 않는다. 어떤 정보가 없어서 판단하지 못하는지 나누어야 한다. 문법을 모르는 것인지, 변경의 목적을 모르는 것인지, 운영 환경에서 생길 결과를 모르는 것인지가 다르다.
목적을 모른다면 원래 요구사항으로 돌아가고, 동작을 모른다면 작은 입력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운영에 영향을 줄 변경이라면 검토할 사람이나 안전한 테스트 환경이 필요하다. AI에게 한 번 더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한 방법이지만, 설명을 읽은 뒤 내가 확인한 사실까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쓰려는 회고에는 다음 행동의 크기를 작게 잡고 싶다. 인증 처리를 전부 공부하겠다는 계획 대신 이 요청에서 어떤 권한이 필요한지 문서와 테스트로 확인하는 식이다. 해결 범위가 분명해야 실제로 확인했는지 알 수 있다.
이때 잘 모르는 부분을 숨기지 않는 것과 내 불안을 주변에 길게 설명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확인한 부분, 판단이 필요한 부분, 언제 다시 답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면 된다. 자신감 있는 어조로 불확실성을 덮는 것보다 업무에 도움이 된다.
상황과 행동을 연결한 작은 계획
Gollwitzer가 정리한 실행 의도는 특정 상황과 그때 할 행동을 연결하는 계획이다. 목표를 세웠다는 사실만으로 행동을 시작하기 어려울 때,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미리 구체화하는 접근이다. 특정 인물의 성공 비결을 복제하는 공식은 아니다. 연구자의 대학에서 공개한 논문
내 작업에는 다음처럼 적용해 볼 수 있다. 저녁에 여유가 생기면 공부하겠다는 문장을, 저녁 식사를 정리하고 컴퓨터를 켰을 때 현재 원고의 미확인 출처 하나를 연다는 문장으로 바꾼다. 이 예시는 논문에서 검증한 나의 성과가 아니라 개인 작업에 맞춘 제안이다.
상황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날도 있다. 야근 때문에 컴퓨터를 켜지 못했다면 목표를 지킬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그 사실과 시작했지만 다른 일을 한 경우를 분리해 기록하면 수정할 조건을 찾기 쉽다. 무조건 더 강한 알림을 설정하는 것만 답은 아닐 수 있다.
계획을 너무 여러 개 만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우선 지금 진행 중인 일 하나에 적용하고, 그 조건이 생활 속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지 보겠다. 이 방식이 맞지 않으면 시간이나 작업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 연구를 인용했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반드시 효과가 있어야 하는 규칙으로 만들지 않는다.
남의 성과를 볼 때 빠진 조건 적기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만든 자동화 도구를 보면 나도 만들고 싶어진다. 참고할 기능이 있으면 배우면 된다. 다만 공개된 결과물에는 개발 기간, 이전 경험, 도움받은 사람, 비용,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함께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 사람이 쉽게 해냈다는 판단을 하기 전에 내가 실제로 아는 정보가 무엇인지 적어 볼 수 있다. 화면이 멋지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사용자가 계속 쓰는지, 운영 비용이 얼마인지, 어떤 입력에서 실패하는지는 모를 수 있다. 모르는 조건을 좋은 쪽으로 채워 넣으면 내 작업만 뒤처진 것처럼 보인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2011년 다트머스 연설에서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모습을 그대로 이루지 못한 경험과 이후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나는 그 연설을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개인의 경험담으로 읽는다. 실패하면 누구나 독창성을 얻는다는 보장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대학이 공개한 연설 원문
다른 사람의 방법을 빌릴 때는 무엇을 가져왔는지 남기겠다. 공개된 코드나 문서를 쓴다면 라이선스와 출처도 확인해야 한다. 결과를 참고해 내 작업에 맞게 바꾼 부분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내 경험으로 쓸 수 있다. 남의 성공담을 내 실험 결과처럼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정직의 문제다.
실패한 약속에서 다음 약속 하나 고르기
하루를 놓친 뒤에는 하지 못한 이유를 여러 개 나열할 수 있다. 모두 사실일 수 있지만 다음 행동이 달라지지 않으면 같은 계획을 다시 적게 된다. 한 번의 회고에서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조건 하나를 고르고 싶다.
예상 시간이 틀렸다면 다음 작업을 더 작게 나누고, 자료가 없어 멈췄다면 시작하기 전에 그 자료의 접근 가능성을 확인한다. 계속 다른 영상을 열었다면 공부 시간에 필요한 문서만 남겨 둘 수 있다. 이런 선택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다음 기록에서 확인해야 한다.
좋아진 결과만 남기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원고 한 편을 마쳤지만 다른 약속을 미뤘다면 그 비용을 함께 적겠다. 반대로 계획을 끝내지 못했어도 잘못된 사실을 발견해 공개를 보류했다면 확인한 가치는 남길 수 있다. 성공과 실패를 한 단어로 분류하기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하고 싶다.
내가 이 글을 쓰며 남긴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적은 계획은 내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과 알고 있는 범위 안에 있는가. 다음에는 알람을 하나 더 만드는 대신 그 질문에 답할 자료를 남겨 보려 한다. 성공한 사람의 하루와 나의 하루를 비교하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참고자료
- Peter M. Gollwitzer (1999), Implementation intentions: Strong effects of simple plans — 특정 상황과 행동을 연결하는 실행 의도의 개념. 대학의 공개 PDF로 연결되며, 이 글의 개인 운영안을 검증한 연구는 아니다.
- Dartmouth: Conan O’Brien on Failure and Conviction — 2011년 졸업 연설의 공식 원문. 직접 만난 경험이나 보편적 성공 공식으로 사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