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구를 따라 배우는 일을 윈드서핑에 빗댄 적이 있다. 새 기술에 관심을 두는 마음이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한지우의 인문학적 감각에 관한 독서 메모를 쓰면서, 관심을 가진 뒤 실제로 익히는 과정이 궁금해졌다.
『더 퍼지, AI 시대 누가 미래를 이끄는가』의 출판사 소개는 기술 학습과 함께 감성, 해석, 인문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나는 그 문제의식을 내 도구 학습과 연결해 보고 싶다. 다만 이 글에서 책 전체의 논증을 재구성하거나 책의 표현을 과학 실험의 결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출판사 제공 소개
내 경험에는 study-clipper를 만들며 스크립트를 고치고 다시 실행한 일, 자동화가 멈췄을 때 로그를 열어본 일이 있다. 예전보다 익숙한 오류를 빨리 알아보는 느낌은 생겼다. 그렇다고 내 뇌를 측정한 적은 없다. 신경 경로가 강해졌다고 적으면 관찰한 행동을 넘어서게 된다.
연구가 확인한 변화와 내가 느낀 숙련
Draganski 등의 2004년 연구는 저글링을 배운 성인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으로 살폈다. 연구진은 복잡한 시각 운동의 처리·저장과 관련된 영역에서 일시적이고 선택적인 구조 변화를 보고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특정 학습 과제와 영상 측정에서 나온 결과다. Nature 원문 초록
그 결과를 내 코딩 실력에 바로 대입할 수는 없다. 어떤 운동을 백 번 하면 누구나 몸으로 기억한다거나, 새 도구를 설치하면 새 신경 연결이 생겨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수치를 이 연구가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신경가소성이라는 단어 아래에서도 과제와 측정 방법은 달라진다.
내가 기록할 수 있는 것은 행동이다. 전에 설명하지 못했던 오류의 원인을 이번에는 설명했는지, 힌트 없이 같은 작업을 다시 했는지, 다른 입력에서도 해결했는지를 남길 수 있다. 이런 기록이 좋아졌다면 해당 과제의 수행이 나아졌다고 말할 근거는 생긴다. 뇌 구조의 변화까지 증명한 것은 아니다.
이 구분을 해 두면 배움에 관한 기대를 더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 신경가소성을 높이는 하루를 만들겠다는 목표보다, 지금 쓰는 자동화의 실패 원인 두 가지를 구분하겠다는 목표가 확인하기 쉽다. 신경과학 용어를 빼도 필요한 연습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반복할 때 바꿀 것은 입력과 확인 방식
같은 명령어를 여러 번 실행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정상 입력에서 매번 성공하는 자동화와 예외를 구분할 수 있는 자동화는 다르다. 학습 과제에도 변화를 조금 주어야 한다.
다음은 파일 요약 작업을 배우는 상황의 예시다. 실제 고객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만든 짧은 문서로 연습한다. 일부러 실패 조건을 넣되 기존 파일을 잃지 않는 별도 작업 공간을 쓴다.
| 연습 입력 | 확인하려는 내용 | 설명할 질문 |
|---|---|---|
| 정상 문서 | 기본 처리 순서 | 무엇을 읽고 어디에 결과를 썼나 |
| 빈 문서 | 내용 없음의 처리 | 빈 결과와 실행 실패를 어떻게 구분하나 |
| 접근 불가 문서 | 권한 오류 | 다시 요청할 정보는 무엇인가 |
| 같은 문서 두 번 | 중복 처리 | 결과를 추가할지 갱신할지 누가 정하나 |
매번 실행 결과를 본 뒤에 내가 예상한 동작과 비교한다. 결과만 보고 설명을 꾸미지 않도록 실행 전 예상도 짧게 적을 수 있다. 정상 동작을 확인한 다음 일부 조건을 바꾸면 어느 지식이 부족한지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실패를 만들었다고 곧바로 학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명령어를 복사해 성공했다면 그 경로를 다시 설명해 보아야 한다. 해결에 도움을 준 자료의 해당 부분과 내가 바꾼 한 줄을 함께 기록하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비교할 수 있다.
익숙한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옮겨 보기
내 워크플로우가 잘 돌아가는 것은 설정을 잘 기억해서일 수도 있다. 다른 도구나 다른 형식의 입력에서는 그 지식이 얼마나 통하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같은 파일을 다시 처리하는 확인과 새 형식의 자료를 처리하는 확인을 나누고 싶다.
예를 들어 텍스트 파일의 누락을 잘 찾게 됐다고 PDF의 표를 정확히 읽는 문제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다. 두 경우 모두 자료 처리라는 이름을 쓰지만 실패 원인은 다를 수 있다. PDF에서는 텍스트 추출과 표의 행·열 관계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처음의 성공을 너무 넓게 해석하면 다음 과제의 확인 절차를 생략하게 된다.
연습 결과를 적을 때는 도구, 입력 형식, 도움받은 범위를 남긴다. 화면을 보며 따라 한 것인지, 노트를 참고한 것인지, 아무 도움 없이 한 것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도움 없이만 해야 좋은 학습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알려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는 기존 과제와 달라지는 조건을 하나씩 늘려 보겠다. 모든 조건을 동시에 바꾸면 실패했을 때 무엇이 어려웠는지 알기 힘들다. 이 방식이 내 학습에 맞는지는 기록을 통해 확인해야 하며, 뇌 훈련의 효능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코칭은 조언의 양보다 피드백의 구체성
나는 책과 강연,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의 작업 방식을 배운다. 그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없더라도 공개한 예시를 읽고 질문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유명한 사람이 말했거나 뇌를 바꿔 준다는 표현만으로 조언을 평가하지 않겠다.
내 작업에 쓸 수 있는 피드백은 어느 판단이 틀렸는지, 어떤 조건을 놓쳤는지 보여 주는 내용이다. 잘했으니 계속하라는 응원도 고맙지만, 다음 실행을 바꾸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설명이 이해되지 않으면 같은 입력에서 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지 물어볼 수 있다.
AI에게 코칭을 요청할 때도 비슷하다. 내 결과물과 확인 기준을 함께 주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을 표시해 달라고 하겠다. 모델이 내 의도를 좋게 해석해 없는 성과를 만들어 내지 않도록 원문이나 실행 로그에 근거하도록 요청한다.
외부에 질문할 때는 공유해도 되는 자료만 보내야 한다. 회사의 내부 정보나 접근 키를 그대로 붙이지 않고, 문제를 재현하는 작은 예시를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내가 문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도 실제로 해 본 뒤에 얻은 결과로 기록해야 한다.
인문학적 감각을 기술 결정의 질문으로 옮기기
나는 기술서 외에 역사와 심리학, 투자 철학에 관한 글도 읽는다. 읽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사실을 창의성이 높아졌다는 측정으로 바꾸지는 않겠다. 대신 다른 글에서 얻은 질문을 지금 설계 중인 도구에 적용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
예를 들어 자동 알림을 만드는 상황에서는 전송 성공률만 볼 수 있다. 여기에 알림을 받는 사람이 원하지 않을 때 멈출 수 있는지, 잘못된 내용이 갔을 때 누가 설명하는지, 처리 속도를 높이며 누구의 부담을 늘리는지 묻는다면 설계 항목이 달라진다. 이것은 내가 인문학적 읽기를 기술 작업에 연결해 보려는 방식이다.
같은 기능을 서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적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만든 사람은 반복 작업을 줄였다고 느끼지만, 받는 사람은 확인할 메시지가 늘었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 반응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후자를 사실로 쓰지 않고 확인할 가설로 남긴다.
AI가 절대로 만들지 못하는 인간의 감각이라는 표현보다 이 질문들이 내게는 유용하다. 도구의 능력은 변할 수 있고, 나는 그 한계를 모두 예측할 수 없다. 반면 내가 내보낼 결과의 영향과 사용자의 선택권을 확인할 책임은 지금도 정할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늘리기 전에 남길 기록
새 도구를 써 보는 일 자체를 학습 성과로 세면 설치 목록만 길어질 수 있다. 다음 도구를 열기 전에 기존 도구에서 풀지 못한 질문을 적어 보겠다. 새 도구가 그 문제를 다르게 해결하는지 확인하면 비교할 이유가 생긴다.
기록에는 이번 과제, 예상, 관찰한 결과, 도움받은 내용, 다음에 바꿀 조건을 남기고 싶다. 줄줄이 항목을 채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실제로 막힌 한 번의 작업만 자세히 적을 수 있다. 모든 실행을 설명하느라 작업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학습 시간을 늘리는 데도 생활상의 한계가 있다. 피곤한 날에 실수가 많았다면 수면을 줄여 더 반복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겠다. 건강이나 집중의 문제가 오래 이어질 때 이 글의 학습 제안으로 진단하거나 치료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윈드서핑은 내 학습을 생각하는 비유로 남겨 두고 싶다. 보드를 타 본 횟수나 뇌의 변화를 꾸며 적을 필요는 없다. 내가 실제로 설명할 수 있게 된 작업, 새 조건에서 다시 막힌 지점, 다른 사람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남기면 다음에 무엇을 배울지 고를 수 있다.
참고자료
- 한지우, 『더 퍼지, AI 시대 누가 미래를 이끄는가』: 출판사 제공 소개 — 인문학적 감각에 관한 문제의식과 서지 정보. 개인 학습의 효과를 입증하는 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
- Draganski et al. (2004), Changes in grey matter induced by training — 저글링 학습과 뇌 영상 변화에 관한 연구의 공개 초록. 특정 도구 학습으로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일반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