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OpenClaw로 자동화 루프 하나를 만들었다. 카카오톡 대화 요약 → Notion 저장 → 블로그 포스트 생성까지 3단계를 묶어놨는데, 돌려놓고 나니 생각이 하나 꽂혔다. "이걸 어디까지 자동화할 수 있을까?" 그러다 이 영상을 봤다. YC 파트너 Tom Blomfield가 "AI로 자기 개선하는 회사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이야기하는 건데, 내 질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서 출발했다.
로마 군단 모델은 끝났다
Tom이 재밌는 비유를 썼다. 대부분의 회사가 여전히 로마 군단처럼 조직되어 있다는 거다. 정보가 위로 올라가고 명령이 아래로 내려가는 계층 구조. 각 층마다 책임자가 있고, 그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할을 한다.
Jack Dorsey가 최근 트윗에서 "계층 조직이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건 그냥 기본 가정이었을 뿐"이라고 했는데, AI가 이 가정을 깨고 있다는 거다. 내가 다니는 리서치 회사만 해도, 프로젝트 매니저가 클라이언트 요구를 받아서 리서치팀에 전달하고, 리서치팀이 결과를 다시 PM에게 주면 PM이 클라이언트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PM이 정보 통로 역할을 하는 전형적인 로마 군단.
Copilot이 아니라 루프다
작년까지 AI 하면 "Copilot"이었다. 엔지니어 생산성 20% 향상, 이런 식. Tom은 이걸 "구형 자동차에 더 강한 엔진 달기"라고 했다. 진짜 질문은 "기존 조직에 AI 도구를 어떻게 끼워 넣나"가 아니라 "회사 자체를 어떻게 재설계하나"다.
핵심은 재귀적 자기 개선 루프다. 고객 이메일, 서포트 티켓, 제품 데이터 같은 센서 → 규칙/결정 레이어 → 도구 호출 → 품질 게이트 → 학습 메커니즘. 이 루프가 사람 개입 없이, 또는 최소 개입으로 돌면, 회사가 자는 동안에도 스스로 개선된다.
YC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
Tom이 YC에서 직접 겪은 "Holy Shit 모멘트"가 있다. 처음엔 YC 파트너들이 질문하면 DB를 조회해주는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그 다음엔 모니터링 에이전트를 위에 얹었다. 이 에이전트는 모든 질문을 추적해서, 어떤 게 실패했는지, 왜 실패했는지, 새 도구가 필요한지, 인덱스를 추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그리고 밤사이에 코드를 작성하고, 머지 리퀘스트를 올리고, 다른 에이전트가 리뷰하고, 머지하고 배포한다. 다음 날 아침 같은 질문을 하면 성공한다.
이건 내가 OpenClaw로 하고 있는 일과 같은 방향이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아직 루프를 수동으로 만들고 있고, YC는 에이전트가 루프 자체를 개선한다는 거. 한 단계 더 나아가야겠다.
토큰을 태우고, 머리 수를 줄여라
Tom의 제안이 명쾌했다. "Burn tokens, not headcount." 미래 스타트업의 병목은 직원 수가 아니라 토큰 사용량과 비즈니스 컨텍스트의 품질이다. 미들 매니지먼트의 조정 기능은 AI가 대부분 대체할 거고, 대신 개별 기여자(IC)와 현실 세계의 고위험 판단을 담당하는 인간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이건 1인 기업을 준비하는 내게 타이밍이 좋은 메시지다.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컨텍스트를 잘 정리하고 에이전트 루프를 잘 설계하면, 1인 조직도 계속 자기 개선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내가 당장 해볼 것
영상을 보고 내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다시 보고 있다. 지금은 요약→저장→생성의 일방향 흐름인데, 여기에 모니터링 루프를 얹어야겠다. 예를 들어, 생성된 블로그 포스트의 조회수나 체류 시간을 센서로 삼고, 어떤 주제가 반응이 좋은지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해서 다음 글의 방향을 제안하게 만들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휘발성이지만, 컨텍스트는 가치 있다. 내가 쌓아온 MEMORY.md, CONTENT_RULES.md, study-clipper 데이터가 바로 그 컨텍스트다. 이걸 AI가 읽고 호출하고 반복 개선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다음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