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7.

한국의 미래를 읽고 — 라키아 적립식은 패시브인가, 나는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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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 IT 리서처로 일하면서 AI 도구와 자동화는 매일 다루는데, 주식 시장만큼은 늘 문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박석중의 『한국의 미래』를 읽으면서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책이 말하는 변곤점

책을 읽다 보면 두 세트의 체크리스트가 나온다. 거시 경제 관점 다섯 가지와 투자 전략 관점 네 가지. 핵심을 하나로 압축하면 이렇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미·중 분쟁이 구조화되는 시점에서, 무작정 인덱스를 사두는 패시브 투자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액티브하게 업종을 고르고, 기술혁신 테마에 장기로 타고, 방어주로 밸런스를 잡아라.

읽으면서 든 첫 반응은 "맞는 말이다"였다. 그런데 바로 뒤따라온 두 번째 반응은 "그래서 내가 뭘 해야 하는데?"였다. 책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방향을 어떻게 실행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박석중은 프로 투자자다. 경기 사이클을 읽고, 업종을 순환하고, 방어와 공격을 전환하는 걸 일상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쓴 가이드를 나 같은 비전공자가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나에게 그 실행이 곧 라키아 적립식이다.

내 포트폴리오와 책의 권고가 겹치는 지점

매주 화요일, 라키아 증권 앱에서 자동으로 매수가 진행된다. 내가 사는 종목은 다섯 가지다. TIGER 미국우주테크,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 TIGER 필라델피아 AI 반도체 나스닥, TIGER KRX 금현물, 그리고 에코프로. 이 다섯 가지를 책의 권고와 대조해보면, 의외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기술혁신 장기 파동? 나스닥100과 AI 반도체로 이미 타고 있다. 방어주 편입? 금현물로 확보하고 있다. 업종 간 차별화? 우주테크, AI 반도체, 배터리(에코프로), 금이라는 서로 다른 테마를 분산시켰다. 책이 권하는 방향을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꽤 비슷한 그림이 나와 있다.

한국의 미래 — 박석중 책 내부 — 투자 전략 체크리스트 책 내부 — 거시 경제 체크리스트

다만 지금 한국 주식 시장의 현실을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너무 쏠려 있다. 이건 책에서만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매일 보는 뉴스와 시장 현실이다. 내 주변을 봐도, 뉴스를 봐도, 한국 주식 투자의 대부분은 결국 두 기업으로 수렴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코스피가 삼성전자 한 주에 요동치는 구조에서 업종 다각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내가 굳이 한국 개별주가 아닌 해외 ETF를 선택한 이유도 이 쏠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패시브의 편안함, 액티브의 두려움

책은 "패시브에서 액티브로"를 권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근육 투자, 즉 내가 직접 종목을 분석하고 타이밍을 재서 사고파는 행위가 무섭다. 이 무서움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건 솔직한 감정이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지금 엄청나게 크다는 걸 안다. 하루에도 수백만 원이 움직이는 걸 감당할 만큼 나는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라키아 적립식은 내가 만든 타협점이다. 이건 패시브다. 내가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 시장이 떨어져도 매주 화요일이면 같은 종목을 같은 수량으로 산다. 타이밍을 잡지 않는다. 분석하지 않는다. 그냥 산다.

이게 책이 말하는 "패시브의 한계"에 해당하는 걸 안다. 하지만 나에게 패시브의 편안함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내가 잘하는 일은 리서치고, AI 도구를 다루는 거지, 주식 차트를 읽는 게 아니다.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나의 코어 역량에 쏟고, 투자는 자동화된 시스템에 맡기는 구조가 나에게 맞다.

솔직히 말하면, 적립식을 시작한 계기는 FOMO였다. 다른 사람들은 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뉴스에도, 지인들 이야기에도, 소셜 미디어에도 주식으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넘쳤다. "나도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주식을 시작하려고 보니, 내가 아는 게 없었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언제 사야 하는지, 언제 팔아야 하는지. 하나도 몰랐다. 그래서 선택한 게 적립식이었다. 매주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종목을, 정해진 수량만큼 사는 것. 생각할 게 없었다. 그게 내게 맞았다.

적립식을 유지하면서 달라진 점은, 주식에 신경을 안 쓰게 됐다는 거다. 매주 알아서 사주니까 어떻게 되는지 쳐다보지 않게 됐다. 차트를 열어보지 않는다. 수익률을 매일 체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리서치하고, AI 도구 만지고, 블로그 쓰고, 에이전트 돌리고. 주식이 내 일상을 잡아먹지 않는다. 그게 적립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게, 시간과 주의력을 내가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다는 거다.

잘 모른다는 것의 힘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잘 모른다"는 게 반드시 약점은 아니라는 거다. 잘 모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다. 잘 모르기 때문에 시장이 출렁여도 적립식을 멈추지 않는다.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종목이 진짜 오를까"라는 불안에 매일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박석중이 권하는 건 결국 "위험을 관리하라"는 거다. 공급망 파괴, 경기 순환 붕괴, 예단할 수 없는 위험. 이런 것들에 대비하라. 그런데 잘 모르는 사람이 위험을 관리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분산하고 자동화하고 멈추지 않는 거다. 그게 내 라키아 적립식이다.

6월 9일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터졌을 때도 적립식을 멈추지 않았다. "타이밍보다 꾸준함"이라는 걸 그때 실천했다. 책이 말하는 액티브 전략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에게는 이게 맞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행동은, 자기가 잘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시스템을 짜는 거라고 생각한다.

6월 9일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터졌을 때도 적립식을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시장이 붕괴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적립식의 좋은 점은, 무서워도 시스템이 멈추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개입할 틈을 안 준다. 화요일이 되면 알아서 매수가 진행된다. 내가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라고 판단할 여지가 없다. 그게 오히려 나를 지켜준다. 감정이 개입할 타이밍을 시스템이 차단해버린다. 그게 적립식의 진짜 힘이다.

책을 덮으면서 든 마지막 생각. 나는 박석중이 말하는 투자자가 아니다. 액티브하게 업종을 순환하고, 경기 사이클을 읽고, 방어와 공격을 전환하는 투자자. 그런 투자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아직 없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라키아 앱에서 자동으로 매수되는 다섯 종목. 그게 지금 내가 "한국의 미래"에 걸고 있는 답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다. 책이 말하는 마지막 부의 기회를 내 방식으로 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