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22.

금이 통화량의 171%가 됐다 — 100년에 3번뿐인 신호

#gold#macro#investing

어제 Notion에 저장해둔 금 영상을 다시 펴봤다. Capital.com에서 나온 건데, 차트 하나가 눈에 박혔다. 금 가치가 전체 통화량의 171%에 도달한 거다. 100년간 이 비율이 120%를 넘은 건 1930년대와 1980년대 단 두 번뿐이었다. 둘 다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던 시기였다.

내가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를 매주 적립식으로 모으고 있긴 하지만, 매크로 관점에서 금의 흐름을 이해하는 건 포트폴리오 전체를 보는 데 필요하다. 이 영상이 그 맥락을 꽤 잘 짚어줬다.

페이퍼 골드와 피지컬 골드가 갈라지고 있다

중동 사태가 터지자 금이 25%나 떨어졌다. 위기에 안전자산인 금이 왜 떨어지나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CME가 2026년에 달러 마진에서 퍼센트 기반 마진으로 바꾸면서, 금 가격이 오를수록 레버리지 포지션 유지 비용이 같이 치솟았다. 페이퍼 골드 청구권이 실물 바 1개당 20개가 넘는 시장에서, 마진콜 연쇄 반응으로 금 ETF에서 기록적인 7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피지컬 골드는 정반대였다. 거래소 금고의 실물 인벤토리는 25%나 줄었고, 중앙은행들은 계속 물량을 쌓았다. 처음으로 금 보유량이 평가조정 후 USD 준비금을 넘어섰다. 프랑스는 미국에 있던 자국 금을 전량 팔아서 국내로 다시 가져왔고, 독일도 연방준비은행에 있는 금의 3분의 1을 송환하겠다고 논의 중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

이게 더 복잡한 부분이다. 에너지 가격이 분쟁 전보다 40% 높아져, 에너지 수입국들이 달러를 마련하려고 가장 유동성이 좋은 자산인 금을 팔 수밖에 없다. 터키는 60톤, 전체 금 보유량의 8%를 달러로 바꿨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2.2%에서 3.2%로 급등했다. 파월 의장이 "기대가 잘 닻줄을 잡고 있어야 오일 쇼크를 넘길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조건이 무너지고 있다. 시장은 올해 남은 기간 금리 인하 제로로 가격을 매겼고,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문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거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GDP 예측이 6%에서 1.6%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은 오르고 성장은 느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구도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 내리면 인플레이션 폭주. 1970년대 세 번의 인플레이션 파도에서 겪었던 악순환과 같은 패턴이다.

그런데 1970년대에 금은 20배 올랐다

여기가 포인트다. 1970년대에 연준이 금리를 13%까지, 그리고 거의 20%까지 올렸음에도 금은 계속 올랐다.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금리가 올라도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오르면 채권 매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미국 부채다. 39조 달러, 그중 25%가 2026년에 재융자 필요. 이자 지급이 이미 연 1.2조 달러. 1970년대 평균 이자비용 500억 달러와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돈을 더 찍어야 하는 구조다.

영상에서 소개된 "이자 조정 디베이즈먼트" 개념이 직관적이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에서 통화량 증가율을 뺀 건데, 이게 음수면 채권이 디베이즈먼트를 보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1970년대 내내 음수였고, 금이 20배 올랐다. 최근 몇 년 양수였다가 다시 음수로 돌아왔다.

금을 눈여겨봐야 할 시점

단기적으로 금은 에너지 수입국의 매도와 페이퍼 마진콜 때문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실물 수요, 통화량 대비 금 비율, 이자 조정 디베이즈먼트 복귀 같은 구조적 요인들은 장기적으로 금을 지지하는 방향이다.

1970년대 패턴이 반복된다면, 금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헤지 성격의 자산 전반이 재평가될 수 있다. 이 모든 신호 — 통화량 대비 171%, 중앙은행 실물 수요 급증, 디베이즈먼트 음수 전환 — 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금을 사고 추이를 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라키아에 자동매매 설정을 해둔 것처럼, 진입 타이밍을 잡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