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13. · CK

리서치 산업의 AI 전환을 작업 단위로 보는 법

리서치 업계에서 20년을 일하면서 한 프로젝트 안에 얼마나 다른 종류의 일이 섞이는지 봤다. 리서처는 자료를 찾고 표를 정리한다. 인터뷰에서 반복되는 표현을 묶고, 서로 충돌하는 숫자의 기준을 확인한다. 고객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결론의 강도까지 조절한다. 직업명 하나로 AI의 영향을 설명하면 이 차이가 사라진다.

Anthropic의 2026년 노동시장 연구는 O*NET에 기록된 작업에서 출발한다. 연구진은 LLM이 이론상 수행할 수 있는 작업과 Claude 사용 데이터에서 관찰한 작업을 결합해 observed exposure를 계산했다. 실제 사용 범위는 이론상 가능한 범위보다 작았고, 연구진도 초기 결과를 인과관계로 단정하지 않았다. 이 구분은 현장에서 자동화 범위를 정할 때 유용하다.

모델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평가는 출발점이다. 조직의 데이터 접근 권한과 법적 제약, 검증 비용을 더해야 실제 배치를 판단할 수 있다. 결과가 좋아 보여도 사람이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원래 작업 시간보다 길면 자동화 이익은 없다.

프로젝트를 작업 목록으로 펼친다

나는 새 리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역할명부터 쓰지 않는다. 산출물이 나오기까지 사람이 하는 행동을 순서대로 적는다.

질문 정리
검색 범위와 제외 조건 결정
자료 수집과 중복 제거
데이터 정의 통일
인터뷰 코딩
패턴과 반례 검토
결론 작성
인용 확인과 승인

각 줄에는 입력, 출력, 실패 비용을 붙인다. “자료 수집”도 세분해야 한다. 검색어를 만드는 일과 검색 결과를 내려받는 일은 다른 판단을 요구한다. 출처를 신뢰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일도 별도 작업이다.

이 목록을 만들면 자동화 후보가 보인다. 출력 형식이 분명하고 오류를 기계로 찾을 수 있는 작업부터 실험한다. 고객의 의사결정과 맞닿은 작업은 사람이 맡고, AI는 선택지를 넓히는 데 사용한다.

첫 번째 통과를 AI에 맡긴다

내 업무에서 AI가 시간을 줄인 구간은 자료의 첫 번째 통과다.

  • 긴 문서에서 관련 문단과 페이지 번호 찾기
  • 형식이 다른 표를 공통 열로 변환하기
  • 인터뷰 기록에 주제 후보 붙이기
  • 보고서 목차와 필수 항목 대조하기
  • 반복 차트에 들어갈 설명문 초안 만들기

이 작업에는 좁은 범위와 고정된 출력 형식을 준다. 문서 요약을 요청할 때는 주장, 근거 문장, 페이지, 확인 상태를 분리한다. 인터뷰 코딩에는 허용된 태그와 태그를 새로 만든 이유를 함께 출력하게 한다.

claim: 보고서가 말하는 내용
evidence: 원문 문장 또는 표 번호
location: 페이지와 섹션
status: generated

AI가 반환한 항목은 후보 목록이다. 리서처가 원문 링크와 페이지를 열어 주장을 확인한 뒤에만 verified로 바꾼다. 모집단과 조사 시점, 단위가 맞는지도 본다. 번역한 자료라면 원문의 조동사와 불확실성 표현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검증 비용을 함께 기록한다

생성 시간만 재면 자동화 효과를 과장하기 쉽다. 나는 한 작업에서 다음 시간을 나눠 기록한다.

구간기록할 내용
준비자료 정리와 프롬프트 작성 시간
생성모델 실행과 재시도 시간
검증원문 대조와 계산 재현 시간
수정오류를 고치고 산출물에 반영한 시간
승인책임자가 맥락과 표현을 검토한 시간

표 변환이 30분 빨라져도 잘못 합쳐진 열을 찾는 데 한 시간이 들면 유지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검증 규칙을 코드로 만들 수 있다면 두 번째 프로젝트부터 이익이 커진다. 행 수와 합계, 결측치, 허용 값 목록은 스크립트로 검사한다.

오류 유형도 남긴다. 출처 누락과 단위 오류, 오래된 자료 사용, 인터뷰 발언의 과도한 일반화를 구분한다. 같은 오류가 반복되면 모델에 주의 문장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입력 형식을 바꾸거나 검사 단계를 추가한다.

사람이 맡는 판단을 문장으로 적는다

리서처의 경험은 질문을 좁히고 증거의 한계를 설명할 때 드러난다. 고객이 “시장 규모를 알려 달라”고 말했을 때 의사결정에 필요한 값이 전체 시장인지 실제 구매 가능한 시장인지 확인해야 한다. 두 보고서가 다른 숫자를 제시하면 발행 연도만 비교하지 않는다. 정의와 조사 방법, 포함한 지역을 읽어야 한다.

내가 사람의 승인으로 남기는 작업은 다음과 같다.

  • 조사 질문이 고객의 결정과 연결되는지 확인한다.
  • 충돌하는 자료의 정의와 방법을 비교한다.
  • 수치로 기록되지 않은 조직 맥락을 인터뷰와 연결한다.
  • 증거가 허용하는 주장 범위를 정한다.
  • 오류를 발견했을 때 고객에게 설명하고 수정한다.

이 항목은 “사람이 더 창의적이다”라는 선언과 다르다. 승인자가 볼 자료와 내려야 할 결정을 적는다. 경험 많은 리서처도 근거 없이 승인할 수 없고, AI도 입력에 없는 조직 관계를 추측해서는 안 된다.

역할표에 완료 증거를 붙인다

나는 업무를 네 구간으로 정리한다.

작업AI가 맡는 범위사람이 맡는 범위완료 증거
자료 수집후보 탐색과 중복 표시출처 범위와 제외 기준원문 URL, 수집 시각
데이터 정리변환과 분류정의와 예외 승인샘플 대조, 행 수 검증
분석패턴 후보와 반례 검색인과 해석과 우선순위재현 가능한 계산
보고구조와 문장 초안주장 강도와 공개 여부인용 대조, 최종 승인

도구 도입 회의에서 이 표를 사용하면 구매할 모델보다 바꿀 절차를 먼저 논의하게 된다. 자동화 비율을 높일수록 검증 위치와 책임자 이름을 더 자세히 적어야 한다. “사람이 검토한다”는 표현에는 담당자와 입력 자료, 반려 조건이 빠져 있다.

초급자가 원자료를 만질 시간을 남긴다

초급자가 맡던 정리 업무를 전부 자동화하면 교육 경로가 끊긴다. 원자료를 직접 다루면서 단위가 어긋난 행과 모호한 인터뷰 문장을 발견하는 경험이 줄어든다. 몇 년 뒤에는 AI 결과를 검증할 중간 경력자가 부족해질 수 있다.

나는 초급자에게 AI 출력의 승인 버튼만 주지 않는다. 전체 표의 일부를 직접 정리하게 하고 AI 결과와 차이를 설명하게 한다. 인터뷰 코딩도 표본을 사람이 먼저 처리한 뒤 모델의 태그와 비교한다. 오류를 많이 찾는 사람이 느리다고 평가하지 않고, 어떤 규칙으로 오류를 찾았는지 기록하게 한다.

교육 지표도 생산량과 분리한다. 출처 오류를 발견한 수, 정의 충돌을 설명한 기록, 반례를 제시한 횟수를 본다. 이 활동이 쌓여야 리서처가 나중에 자동화 범위를 설계할 수 있다.

AI는 리서치 역할 안의 시간 배분을 바꾸고 있다. 자료 변환과 첫 분류에 쓰던 시간 일부를 질문 설계와 검증에 옮길 수 있다. 조직은 그 시간을 자동으로 확보하지 못한다. 업무 목록과 완료 증거, 교육 경로를 함께 바꿔야 한다. 나는 새 도구를 시험할 때 작업별 생성 시간과 검증 시간을 기록하고, 검증 비용까지 줄어든 구간만 다음 프로젝트에 남긴다.

참고자료

리서치 산업의 AI 전환을 작업 단위로 보는 법 · iamlazy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