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6. 16.

AI가 코드를 다 쓰면, 남는 건 '안목'이다 — 90일 훈련 계획

#ai#taste#engineering#career#wind-surfer

코드를 AI가 100% 쓰는 시대

2025년 12월, 클로드 코드를 만든 보리스 체르니가 말했다.

"그 달 내가 커밋한 코드의 100%는 AI가 썼다. 아이디를 한 번도 안 열었다."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몇 달 안에 AI가 코드의 90%를 쓸 것"이라고 예측한 게 같은 해 3월. 그런데 예측을 뛰어넘어 100%가 됐다.

그럼 질문이 하나 생긴다. 코드를 AI가 다 쓰면, 엔지니어는 뭘로 평가받는가?

실리콘밸리에서 나오는 답은 하나다. 테이스트(Taste). 우리 말로 하면 안목.

테이스트 = 내 안의 평가 함수

"안목을 길러라"라고 하면 더 답답하다. 그래서 어떻게 기르는 건데?

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글을 하나 읽었다. 핵심 정의는 이 한 문장이다.

테이스트는 당신 안에 있는 평가 함수의 품질이다.

두 구현을 놓고 어느 쪽이 나은지 바로 느끼는 것, 다음에 뭘 만들어야 할지 아는 것, 2년 뒤에 뭐가 중요해질지 보는 것 — 전부 같은 메커니즘이다. 현재 상태를 내 안의 기준과 비교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역할은 평가다. 뭘 만들지 정하고, 결과물이 충분한지 판단하고, 아키텍처를 바꿔야 할 때를 감지하는 것.

보리스 체르니의 프로토타입 20개

그가 클로드 코드의 투리스트 기능을 만들 때, 이틀 동안 프로토타입을 20개 만들었다. 처음 나온 괜찮은 버전을 그냥 출시하면 보통이다. 근데 뭔가 안 맞는 느낌이 들 때마다 계속 다시 만들었다.

명세서에 없는 그 느낌. 그게 평가 함수다.

안목이 가치를 만드는 5군데

코드 짜는 속도는 어디에도 없다. 전부 판단이다.

영역질문핵심
1. 문제 선택무엇을 풀까?"이걸 풀면 다른 문제 5개가 사라지지?"
2. 아키텍처어떻게 조립할까?오늘의 결정이 2년 뒤에도 작동하는가
3. 품질 판단출시해도 될까?AI가 모르는 "우리 상황"의 기준
4. 사용자 공감진짜 뭐가 필요할까?아무도 요청 안 한 로딩 메시지를 넣는 것
5. 소통/스토리텔링어떻게 전달할까?"혼자서 팀 전체 아웃풋을 내는 남자"라는 네러티브

뼈 때리는 사실: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이 5개 중 1~2개에서만 경쟁하고 있다. 나머지는 비어 있다.

연봉이 갈리는 지점

AI 이전: 회사 → 연차 → 기술 스택으로 연봉이 설명됐다. AI 이후: 이 세 개가 전부 흔들리고 있다.

같은 팀 안에서 잘하는 엔지니어와 평범한 엔지니어의 격차가 예전 3배 → 지금 10배다. "리액트 할 줄 알아요"는 가치가 없어졌다. "부하가 걸려도 버티는 시스템을 설계할 줄 알아요"는 비싸졌다.

노력은 선형으로 더해지는데, 테이스트는 복리로 불어난다.

90일 훈련 계획

테이스트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데이터로 훈련되는 것이다.

1개월차: 노출 (기준 만들기)

  • 첫 2주: 감탄했던 개발 도구 10개 뜯어보기 (하나당 15분)
    • 처음 60초 뭘 느꼈는지, 뭐가 좋았는지, 헷갈린 건 뭔지, 어떤 결정을 훔치고 싶은지
  • 다음 2주: 논문/기술 문서 10개 읽기 (방법론 중심)
    • "이 접근에서 우아한 게 뭔지", "내 분야에 가져오면 어떻게 되는지" 적기

2개월차: 판별 (주관 훈련)

  • 주간 훈련: 같은 종류 결과물 2개 나란히 비교 → 500단 에세이
    • 규칙: "이게 더 좋아" 금지 → "이게 더 나은 이유는~" 으로 구체적 메커니즘 짚기
  • 일일 훈련: 남의 코드/도구에서 결정 하나 골라 "왜 뻔한 대신 이걸 택했을까" 한 문장 적기
    • 30일 뒤 30개 관찰 → 거기 흐르는 패턴이 내 테이스트

3개월차: 만들기 (생성에 적용)

  • 기존 시스템을 배운 것으로 재설계
  • 처음부터 시스템 설계 — "관례가 아니라 원리에서" 설명하기
  • 마지막 주: 자기 테이스트를 문서로 만들기 (OpenAI 코덱스 팀의 AGENTS.md처럼)

개인기에서 조직의 영향으로 바뀌는 순간 = 테이스트를 시스템에 새겨넣는 것

장인의 솜씨는 타이핑에 있던 게 아니었다

장인의 솜씨는 타이핑에 있던 게 아니라 생각에 있었다. AI는 타이핑을 가져가면서 그걸 보이게 만들었을 뿐이다.

코드를 손으로 쓰는 기술은 덜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코드가 존재해야 하는지, 어떻게 구조화돼야 하는지, 이게 충분히 좋은지 아닌지 — 그게 원래부터 진짜 기술이었다.

테이스트 없음과 테이스트 조금 있음 사이의 격차는 닫을 수 있다. 그 도약이 90일이다.

90일, 시작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