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회사에서 일하면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매일 본다. 클라이언트 요구를 리서치팀 언어로 번역하고, 진척을 챙기고, 결과물을 검수해서 위로 올린다. 내가 하는 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런데 어제 이 글을 읽고 든 생각 — "이 역할의 대부분을 이미 AI가 하고 있지 않나?"
중간관리자의 세 가지 기능, 두 개는 이미 대체됐다
글에서 중간관리자의 핵심 기능을 세 가지로 분해했다. 정보 번역과 전달, 업무 조율과 진척 관리, 피드백과 품질 검수.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미 AI 에이전트가 상당 부분 수행 가능하다. 세 번째도 — AI가 만든 산출물을 AI가 검수하는 구조 — 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McKinsey 분석에 따르면 중간관리자 업무의 약 30%가 이미 자동화 가능 수준이다.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Claude Code가 짠 코드를 내가 리뷰하는 것보다 Claude가 자체 리뷰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할 때가 많다. "AI가 만든 걸 인간이 검수한다"는 구조 자체가 점점 역전되고 있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해체
이건 먼 미래가 아니다. 저커버그는 2025년 1월 실적 발표에서 AI 네이티브 도구로 조직을 납작하게 만들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Meta는 'MyClaw'와 'Second Brain'이라는 내부 AI 도구로 중간관리직이 담당하던 정보 취합·조율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2026년에만 8,000개 포지션을 감축했다.
Jack Dorsey는 더 직접적이었다. "영구적인 중간관리 레이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Block 직원 6,000명과 자신 사이의 5단계 위계를 2~3단계로 줄이겠다고 했다. Indeed 데이터에서도 중간관리직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전체 채용 둔화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소팀제에서 대팀제로
글이 흥미로웠던 건, 조직이 어떤 형태로 바뀌는지까지 그렸다는 거다. 기존 소팀제는 관리자 1명이 5~8명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 AI가 업무 조율과 진척 추적을 담당하면 의사결정권자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인력 범위가 비약적으로 넓어진다.
실제로 AI 도입 기업에서 관리자 1인당 직접 보고 인원이 2019년 3명에서 2024년 6명으로 두 배 증가했다. 위계가 57단계에서 23단계로 압축되는 거다. 의사결정권자 — AI 에이전트 — 실무 인력의 3단 구조.
이건 내가 꿈꾸는 1인 기업 구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나 = 의사결정권자, OpenClaw·Claude·Notion = AI 에이전트 레이어, 그리고 필요할 때 외부 실무 인력을 투입하는 구조.
Executive Agent의 등장
대팀제에서 의사결정권자의 부담은 역설적으로 더 커진다. 더 많은 산출물이 더 빠르게 쏟아지니까. 이걸 지원하는 게 'Executive Agent'다. 팀 전체 산출물을 실시간 요약하고, 의사결정 옵션과 근거를 제시하고, 우선순위를 필터링한다.
저커버그의 'Second Brain'이 바로 이 개념의 실제 구현체. 내 OpenClaw 세팅도 비슷한 방향이다 — MEMORY.md가 조직 기억이고, HEARTBEAT가 자동 모니터링, 서브에이전트들이 실행 루프. 다만 아직은 내가 수동으로 조정하는 부분이 많아서, 이걸 더 자동화해야겠다.
내가 당장 해볼 것
이 글을 읽고 내 작업 방식을 돌아봤다. 지금 OpenClaw가 중간관리자 역할의 상당 부분을 이미 하고 있다 — 카카오톡 요약, Notion 동기화, 블로그 생성. 다음 단계는 이걸 "대팀제" 관점으로 재설계하는 거다. 의사결정(나) — 에이전트 실행(OpenClaw) — 산출물(블로그·리포트)의 3단 구조를 더 명확히 하고, Executive Agent처럼 산출물 품질을 스스로 모니터링하게 만들어야겠다.
중간관리자가 사라지는 건 위협이 아니라 기회다. 1인 기업에도 동일한 구조를 적용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