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29. · Archive

옵시디언은 설치했는데 지식 관리는 못 하고 있다 — 세컨드 브레인, 커서에서 시작했다

옵시디언 아이콘이 바탕화면에 있다. 설치도 했다. 폴더도 만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식 관리 도구로 쓰고 있지는 않다. 매일 작업은 커서에서 하고, 옵시디언은 커서에서 쌓인 로그와 내가 만든 플랜을 나중에 관리할 수 있도록 옮겨두는 용도로 쓰고 있다. 세컨드 브레인이라고 부르기엔 좀 거리가 있는 상태다.

이걸 인정하고 나니 유튜브에서 "옵시디언과 클로드코드를 써야 진짜 AI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제목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세컨드 브레인 튜토리얼이라는데 내 상황에서 뭘 가져갈 수 있을까 싶어서 끝까지 봤다.

세컨드 브레인이 필요한 이유 — AI는 대화를 기억하지 못한다

영상이 짚는 출발점은 명확하다. AI 모델은 대화 맥락을 유지하지 못한다. 어제 Claude와 나눈 대화를 오늘 GPT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 새 세션을 시작하면 이전 작업 내용이 날아간다. 이건 누구나 겪는 문제다. 나도 커서에서 작업하다가 컨텍스트가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을 매일 겪는다.

이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팀으로 일해도 마찬가지다. 동료가 어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AI가 기억하지 못하면, 매일 아침 다시 맥락을 세팅하는 데 에너지가 깨진다. 영상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세컨드 브레인이다. 개인의 지식, 대화 기록, 작업 문맥을 체계적으로 저장해서 AI가 다시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아이디어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튜토리얼의 핵심은 이걸 옵시디언과 클로드코드로 어떻게 구현하는가에 있다.

3층 구조 — 원본, 위키, 지침서

영상이 소개하는 폴더 구조는 3개 층으로 나뉜다. 각 층은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 1층: 원본 데이터. 대화 로그, 코드 스니펫, 회의록 같은 가공되지 않은 material
  • 2층: AI가 정리한 위키. 1층 데이터를 Claude Code가 읽고 이해하기 쉽게 구조화한 지식 베이스
  • 3층: 업무 지침서. 위키를 바탕으로 AI가 따라야 할 규칙, 프로세스, 체크리스트를 모아둔 곳

이 구조를 보면서 든 생각은 나는 사실 1층만 하고 있었다는 거다. 커서에서 작업 로그를 옵시디언으로 옮기는 건 1층에 해당한다. 2층과 3층이 없으니까 쌓인 데이터가 지식으로 변환되지 않고 있다. 옵시디언이 저장소 역할만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데이터는 쌓이고 있는데 그걸 가공하는 단계를 통째로 건너뛰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옵시디언에 옮겨둔 플랜이나 로그를 나중에 다시 열어보면서 “이거 참 쓰겠다” 싶은 순간은 없다. 쌓이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쌓이지 않으면 가공할 것도 없다. 1층이 없는 상태에서 2층을 올릴 수는 없으니까, 일단 파일이 쌓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출발점이라고 위로하고 있다.

데이터 소유권 — 왜 로컬 파일인가

영상이 옵시디언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 소유권이다. 클라우드 기반 노션, 노션 AI, 채팅 플랫폼에 지식을 맡기면 언제 서비스가 바뀌거나 사라질지 모른다. 반면 옵시디언은 로컬 마크다운 파일이다. 내 컴퓨터에 있고, 내가 열고, 내가 편집한다. AI가 읽기에도 텍스트 형식이 가장 적합하다.

이건 공감한다. 실제로 커서의 작업 로그를 옵시디언으로 옮기기 시작한 이유도 비슷했다. 커서 안에만 두면 세션을 바꿀 때마다 다시 찾아야 한다. 파일로 빼두면 언제든 꺼낼 수 있다. 로컬 파일이라는 점이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내가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안심이 된다. 노션에 쓰다가 서비스가 변경되거나 요금제가 바뀌어서 데이터를 빼내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컬 파일의 가치를 안다. 옵시디언은 그런 걱정이 없다. 파일은 거기 있고 내가 열면 된다.

"AI 팀"이라는 말 — 동의하지만 조건이 있다

영상의 결론은 이렇다. 세컨드 브레인을 구축하고 AI가 거기서 지식을 꺼내 쓸 수 있게 되면, 비로소 "진짜 AI 팀"이 만들어진다. 개인이 여러 AI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구조, 그게 AI 팀이라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한다.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AI에게 시키고 있고, 실제로 많은 시간이 절약되고 있다. 하나의 팀이 맞다. 다만 내가 체감하는 "AI 팀"의 조건은 영상이 말하는 것보다 조금 더 단순하다. 세컨드 브레인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팀이 되는 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AI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고, AI가 돌려준 결과를 내가 검증할 수 있는 상태. 그 사이클이 돌아가면 이미 팀이다.

다만 세컨드 브레인이 없으면 그 팀의 효율에 한계가 온다. 매번 다시 설명해야 하니까. 영상이 말하는 3층 구조가 완성되지 않아도, 1층에서라도 데이터가 쌓이고 AI가 그걸 읽을 수 있으면 출발점은 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즉 커서 로그를 옵시디언으로 옮기는 것도 나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쌓인 데이터가 일정량이 되면 그때 AI에게 정리를 맡기면 된다. 처음부터 3층을 다 짜고 시작할 필요가 없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곳

영상을 다 보고 나서 든 정리는 이렇다. 옵시디언을 설치만 해두고 지식 관리 도구로 못 쓰고 있다는 건, 솔직한 현상태다. 하지만 커서에서 작업하며 쌓이는 로그와 플랜을 파일로 옮기고 있다는 건, 1층을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2층을 올리려면 Claude Code한테 "이 폴더 읽고 위키로 정리해줘"라고 시키면 된다. 3층은 그 위키를 바탕으로 "이런 작업할 때 이 규칙 따라"라고 지침서를 쓰면 된다.

영상에서 보여주는 구조가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폴더를 어떻게 나눌지, 위키를 어느 주제부터 쌓을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건 데이터가 파일 형태로 존재하고 AI가 그 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데이터가 내 소유라는 것. 나머지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영상에서 클로드코드가 옵시디언 폴더를 읽고 위키를 자동 정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옵시디언을 당장 지식 관리 도구로 못 쓰고 있어도 괜찮다. AI가 정리해줄 수 있으니까. 내 역할은 데이터를 파일로 쌓아두는 것, 그리고 AI에게 읽을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내일 커서를 켤 때, 작업이 끝나면 로그를 한 번 더 옵시디언으로 옮기겠다. 그리고 Claude Code에게 "이 로그 읽어보고 주제별로 폴더 만들어줘"라고 한 번 시도해보려 한다. 2층을 올리는 첫 시도다.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됐는데 미루고 있었다. 이 영상을 보고 나니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세컨드 브레인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오늘 한 층 정도는 올려놓고 자고 싶다.